불교문화재는 사찰 개인 소유가 아닌 민족 공동 문화유산

지리산 천은사로 가다보면 ‘여기는 천은사 보호구역으로 문화재보호비를 받고 있습니다. 남원, 인월, 함양으로 가실 분은 17번 국도를 이용하시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보호비를 내기 싫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전남 구례에서 전북 반선을 가려면 성삼재를 넘는다. 그런데 성삼재 가기 전에 도로를 차단기로 막아 놓고 보호비를 받는 천은사매표소가 있다. 지난해까지 공원입장권과 같이 합동징수하던 매표소다(사진 참조).

천은사 종무소는 ‘천은사 구역을 관람할 목적이 아니고 노고단을 오르는 게 목적이시라면 남원이나 뱀사골 등의 다른 매표소를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구체적인 다른 도로 이용방법까지 홍보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비 징수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는가? 보호비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에도 전통사찰보존법에도 근거가 없다. 천은사는 실제로는 ‘보호비’가 아니라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관람료 징수 근거는 있는가? 그러나 문화재보호구역을 통과할 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 역시 없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를 관람한 자에게 관람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은사 도계암·삼성암은 지정문화재가 아니다

그런데 천은사 종무소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즉 “천은사는 전라남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35호로서 20여 동의 건축물도 포함된다. 건축물에는 도계암과 수도암, 그리고 시암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상선암도 이에 속한다”며 “성삼재횡단로 통과시 보이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횡단로를 타고 오르다 보면 오른쪽 산 아래 멀리로 수도암과 도로에서 수백m 떨어진 상선암도 보이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객 김철홍씨(인천 구월동)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봐도 관람료를 내야합니까? 여의도 63빌딩에서 관람료를 받는 곳의 지붕이나 마당을 내려다봐도 관람료를 내야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니요?”라며 기가 차다고 말했다.

천은사가 내세우는 도지정 문화재자료 제35호는 면적이 6,889㎡이다. 매표소 직전에 서있는 일주문이나 천은사 주차장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차장을 지나 개울 건너는 수홍루 다리부터 사찰경내 안쪽 팔상전까지다. 물론 성삼재 방향의 도계암이나 수도암, 상선암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천은사는 이 암자들도 문화재자료에 속한다고 거짓 선전, 관람료 징수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람료를 내야할 문화재는 주차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으며, 매표소에서 500m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성삼재 횡단로를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걸어서 갈 경우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할 법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은사는 문화재 보호비, 문화재 보호구역, 문화재자료 제35호 등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징수와 무관한 이유들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남부관리사무소도 “보호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관람료를 내야 한다”고 억지 징수를 거들었다.

설악산 설악동 신흥사매표소. 일요일 오전 3시20분 깜깜한 시각이다. “지금 입산됩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대답은 “네, 입산할 수 있습니다”였다. 설악동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24시간 숙직하며 관람료를 받고있다. 문화재를 관람하려면 오전 3시부터 밝을 때까지 절 앞에서 추위에 동동 발 구르며 기다리다 관람하라는 것일까?